Food for thoughts

[Essay]2010-11-14

밑바닥에서 2010. 11. 14. 20:30

 

 2010-11-14

가방을 메고 조용히 집을 나온다.

행여 문소리라도 크게 날까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는다.

조용히 계단을 내려와 골목에 들어섰다. 평소 가던 길 말고 인적이 드문 다른 길을 택한다.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을 쳐다보고 걷는다. 주변에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큰길가로 나왔다. 평소에 자주 가던 김밥 집에 저녁을 먹으려고 간다. 괜히 도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쳐다볼까 고개를 더욱 숙여 외투 속에 넣는다.

김밥 집에 도착하여 창 너머로 가게 안을 살핀다. 저녁 식사 시간이라 사람이 많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지나친다. 걸으면서 다른 가게를 찾아보지만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김밥 집에 간다. 창 너머로 가게 안을 살핀다. 왠지 가게 안에 아는 얼굴이 있어 보인다. 쳐다 볼까 고개를 급히 돌리며 다시 앞으로 걷는다.

걸으면서 저녁을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자장면을 먹기로 하고 자장면 집에 간다. 밖에서 안을 살핀다. 사람이 별로 없다. 들어가서 점원에게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 시킨다.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향한다. 도망치듯 걷는다.
침을 삼키는데 입안에 난 구내염이 찌릿하게 느껴진다. 갑자기 열이 뻗쳐 오른다. 길가에 있는 전봇대를 차려고 다리 힘을 준다. 찰 듯 전봇대 앞으로 가지만 소리가 날 까봐 참는다.
그리고 다시 집을 향해 걷는다.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세 개 산다. 가게를 나오자 마자 한 캔을 열어 한번에 마신다. 두 번째 커피를 열어 다시 한번에 마신다.

집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까워 질수록 혐오감이 밀려온다. 손에 쥔 작은 칼이 잔뜩 열이 올라 심장을 향해 달려든다. 순간 눈 앞이 캄캄해진다. 눈을 떠보니 집 안이다. 침대에 기대어 멍하니 TV를 보고 있다. 화면의 빛만이 정신을 홀리듯 흔들리고 있을 뿐 모든 것이 멈춰있다. 정적이다. 집안의 모든 것이 무기력으로 뒤틀려있다.
그리고 정적을 깨우는 소리 배달이요화들짝 놀라 문을 연다. “금방 오셨네요” “감사합니다자장을 탁자 위에 올려 놓고 다시 침대에 기댄다. 자장면의 냄새에 구역질 할 것 같다. 하지만 손은 젓가락을 향한다. 능숙하게 포장을 벗겨내고 자장면을 비빈다. 구석구석 면발에 자장 소스가 묻어나자 제대로 씹지도 않고 자장면을 먹는다. 깨끗이 다 먹고 TV 예능 프로에 피식 웃는다. 벌떡 일어나 옷과 가방을 챙긴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가는 문소리가 하고 집안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