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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for thoughts

[Essay]새해에 세우는 신년 계획,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

2011-01-01


도파민Dopamine은 각성 및 기분, 사고과정, 그리고 몸놀림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뇌의 기저핵에 도파민의 수준이 낮아지면 파킨슨 병을 앓게 되는데 이 병은 근육이 떨리고 몸놀림의 시작이 어려워지고 몸놀림 자체가 굳어지는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Mohammad Ali의 질병이 파킨스 병이었다. 이러한 도파민의 부족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L-dopa라는 치료제인데 도파민 자체가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를 통과 할 수 없기 때문에 도파민 합성에 필요한 L-dopa를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도파민의 수치가 높아지게 되면 정신분열병을 낳기도 하는데 이 병은 현실감을 상실하고 환상이나 망상 그리고 주의 결함과 같은 지각 및 인지기능의 결손을 그 대표적 증상으로 하는 정신장애의 일종이다.

 

반면에 도파민은 각성 및 기분상태에도 관여한다. 코카인과 같은 마약이 하는 일은 도파민이 흡수되는 것을 막고 시냅스 공간에서 도파민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의 활동을 증가시킴으로써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들어내는데 이렇게 약물로 만들어 낸 강제적인 도파민의 활동 증가는 약물의 효과가 떨어지게 되면 갑작스런 도파민의 고갈로 인하려 추락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약물의 복용으로 인한 허무함, 공허함과 같은 감정을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약물로 인한 도판민의 증가는 뇌의 보상중추에 도파민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더 높은 양의 도파민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더 많은 약물을 신체에서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도파민의 생성되는 경우는 마약, 흡연, , 섹스와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이와는 반면에 우리의 일상에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는 경우는 흥미롭게도 바로 다음Next을 상상할 때라고 한다. 실제 어떤 일을 성취하고 이루는 것보다 성취하거나 이루는 것을 상상할 때 우리는 이미 충분히 도파민의 분비를 경험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상상하거나 기대하는 것에서 더 만족을 느끼며 실제로 어떤 결과가 다가오는 것을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만약에 어떤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고백을 하고 서로 사귀게 되는 것을 달콤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실제 고백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무엇을 계획하는 일은 쉽고 재미있게 잘 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 힘든 것과도 깊은 관계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해가 되면 늘 하게 되는 신년 계획들, 계획을 세울 때는 짜릿하지만 미래를 상상하면서 쾌감을 충분히 경험하고 나면 금새 시들해지게 될 것이고 또 다시 이전 해와 다르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되기 쉽다. 또 다시 반복하려는가?

 

부르디외Bourdieu선생님께서는 자본주의적 아비투스와 전자본주의적 아비투스와의 차이는 미래에

대한 개념의 차이라고 말씀하셨다. 전자본주의적 아비투스에서 미래는 예정된 무엇의 순환적인 다가옴을 순응하는 것이라면 자본주의적 아비투스는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계획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돈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무한한 교환가치를 가지고 있는 돈의 사용을 계획함으로써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행복을 위해서는 돈이 중요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돈의 축재(저장)는 미래 설계에 중요한 바탕이 된다. 오히려 돈을 도구로 사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무엇을 획득하기 보다는 더 큰 미래를 상상하며 돈을 모으는 것에 몰두하며 자신의 행복(성취)를 뒤로 미루게 되고 나아가서는 돈을 모으는 것이 목표가 된다.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충분한 만족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의 고통과 고난은 앞으로 펼쳐진 미래에 대한 기대로 모든 것을 보상받게 되지만 막상 그 행복을 실제로 누리지는 못한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앞으로 달려오기만 할 뿐 멈춰서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치 사후에 있을 구원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금욕과 고난에 방치하는 기독교인들처럼 말이다(이 문장은 종교적인 오해와 왜곡이 있어 보이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신앙고백의 차원이고 아직까지 그 답을 못 찾았기 때문에 그냥 사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현재를 즐기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중지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Seize the day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현재를 향유하고 즐기는 것, 미래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에 충실 하는 것, 그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역설하는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미래를 상상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과연 행복의 비결일까? 아니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의 뇌에서 전두엽frontal lobe은 대뇌반구의 일부로 중심구보다 전방에 있으며 기억력, 사고력 등의 고등행동을 관장한다고 한다. 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인간의 과학능력으로는 그 신비를 다 파헤치지 못했지만 몇 가지 연구와 실험 및 사례들을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전두엽의 역할 중에 특이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다음next을 생각하는 것이다.


피니스 게이지Pinoneas Gage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사람은 철도회사의 현장 작업 반장이었는데 1848년 어느 가을에 그의 발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3.5피트의 철근이 그의 얼굴에 박히게 되었다. 볼을 통과해서 두개골 위쪽 끝을 관통하면서 전두엽을 손상시켰는데 놀랍게도 머리를 쇠조각이 관통하는 끔찍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피니스는 사고 현장에서 벌떡 일어나서 스스로 병원으로 걸어갈 정도로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검진 결과, 뇌의 시각 피질, 브로카 영역, 뇌간 등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고 일반 생활하는데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례는 전두엽이 인간의 능력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시간이 흘러 연구가 깊어지면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는데 N.N이라고 알려진 환자의 경우 사고로 전두엽을 광범위하게 손상 받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다른 부분에서는 정상적인 사람과 크게 다를지 않았지만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내일을 상상할 때 아무것도 없는 백지나 무한한 것을 상상하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전두엽이 미래를 상상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뇌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의 뇌의 작용이며 우리가 의식적으로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은 심장의 박동을 인위적으로 멈추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 능력 밖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에 어긋난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한낱 일탈에 불과한 것 일뿐 그것의 자신의 삶 전체를 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전두엽을 손상 당해서 그런 능력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각자 자신의 행복을 그리며 그것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하면서 살아간다. 결국엔 행복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 되도록 하는 어떤 의식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가 뇌를 통제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는 이상 뇌는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기대와 쾌감을 준다. 하지만 뇌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일정 경험과 반복된 패턴에 의존한 것이지만 완벽한 정확성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활동한다고 볼 수는 없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제멋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실제로 그 예측이 틀렸을 경우 심한 실망감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상상한다는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상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과장된 미래에 대한 상상과 확신은 그것이 실패했을 때의 좌절을 더 크게 주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행복은 이러한 뇌의 기능을 이해하고 이를 최대한 통제에 가깝도록 알아가는 것에서 나온다고 보여진다. 즉 우리의 행복은 나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참고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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