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피치 수업 중에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스피치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잔밥에 대한 주제를 이야기 했다.
==================================================================================================================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상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화폐의 가치가 동등하게 교환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원리를 따르면 여기 있는 이 5천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할 대 저는 그 음식과 동등한 가치를 지불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공 받는 음식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게 됩니다. 맛이 없으며 안 먹거나 그냥 버린다고 해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식당에서 음식을 버릴 때 “내 돈 내고 내가 안 먹고 버리겠다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정말로 우리가 그 등가 교환의 법칙에 따라 식당에서 받는 밥상과 동등한 가치를 지불하고 있을까요?
저는 여기서 여러분들과 우리가 매일 받는 밥상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서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물, 즉 잔밥을 남기지 말자는 요청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드는 한 해 음식물 처리 비용은 15조원 입니다.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금약을 넘어 악취와 환경오염, 자원의 낭비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식당은 어떨까요? 학교 식당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800~960kg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되고 처리 비용은 100만원 정도 들고 있습니다. 한 달이면 3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처럼 우리 나라가 음식물 쓰레기로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세계적으로 여전히 심각한 기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FAO 국제 식량 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68억 인구 중 9억 8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이 6초에 한 명꼴이라고 합니다. 제가 스피치하고 있는 6분 동안 60명이 굶주림으로 죽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풍요로운 밥상을 받는 대가로 굶주리는 다른 이의 생명의 가치까지 정당하게, 동등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십니까?
쌀을 뜻하는 한자인 쌀 미米자는 열 십자와 두 개의 여덟 팔자八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쌀이 재배되기까지 88번의 손을 거친다는 뜻으로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의밉니다. 단순히 사람의 노동과 땀 뿐일까요? 땅과 비, 태양과 같은 자연 만물의 활동은 생명이 자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나락 한 알 속의 우주가 있다”는 말로 표현됩니다. 이 말은 하찮아 보이는 좁쌀 한 알에도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온 우주 만물의 기운이 깃든다는 뜻으로 우리 밥상에 올라온 쌀알 하나하나의 가치를 다시 생가하게 합니다. 자, 여러분은 이 모든 가치에 합당하고 동등한 가격을 지불하고 오늘 식사를 하셨습니까?
이와 같은 가치라면 우리 중 그 누구도 동등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마치 사랑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가치처럼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독교인들의 사랑에 빚진 자라고 하는 그 표현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밥상에서 죽어가는 생명과 우주 만물의 가치를 발견할 때 우리는 밥상에 빚진 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빚진 자임을 깨달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은 바로 잔밥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 잔밥을 남기지 않는 것은 바로 감사와 연민, 그리고 사랑의 표현입니다. 밥 한 톨에 담긴 우주와 노동에 대한 감사, 그리고 이 시간 굶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그들을 비롯한 우주 만물에 대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잔밥을 남기지 않는 것은 경제적인 가치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나오는 잔밥을 3분의 1만큼 줄였을 때 하루에 30만원 정도의 처리 비용이 절약됩니다. 이것이 한 학기면 3600만원에 달합니다. 우리가 캠페인을 통해 식당과 연계하여 절약된 비용을 여러분들이 불편해 하시는 식단 문제에 사용하거나 기아로 굶주리는 국가에 대한 도움의 손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비용을 북한 아이 돕기로 사용한다면 800명의 아이가 한달 동안 세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비용이 됩니다.
자 여러분, 여러분 모두 잔밥 줄이기에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현대 우리의 삶은 모든 것이 정확하게 가격이 매겨진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면 상품에 정확한 판매가격이 붙어있습니다. 상품들뿐일까? 취직을 해서 받는 연봉은 사회라는 진열대의 나라는 상품의 가격이며 동시에 나의 가치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숫자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과 지금까지 이야기한 밥상의 가치가 그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이야기한 “잔밥을 남기지 맙시다”라는 요청은 환경과 자원, 그리고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요청은 화폐로 환원되어 버린 우리 인간성의 회복에 대한 요청입니다. 여러분 잔밥을 남기지 맙시다. 감사합니다.
===================================================================================================================
발표에 사용한 스크립트를 이렇게 다시 옮겨온 이유는 이것을 준비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과 고민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잔밥을 남기지 말자"고 설득하려고 했을 때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주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억지 동정을 유발하는 비논리라는
이야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설득의 뒷받침해줄 당위성은 잔밥을 남기지 않았을 때 생기는 이윤이 어느 정도이고 그것이 나의 노력 대비
얼마나 효과적인가가 관건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더이상 어떤 주제에 대한 신념이나 믿음은 부차적이고 무의미한 기력 소진에
불과하게 되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돈과 물질이라는 것으로 환원되어 버리는 구조 속에서 잃어가는 인간성을 다시 물질을 통해 채워 넣는 우리의 행태가 계속되는 이 시기에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Food for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빅토르 안, 김연아 사건 (0) | 2014.02.23 |
---|---|
[Essay]새해에 세우는 신년 계획, 작심삼일이 되는 이유 (0) | 2011.01.15 |
[Essay]풀무학원 직업 십계 (0) | 2011.01.01 |
[Essay]2010-11-14 (0) | 2010.11.14 |
[Essay]냄새 (0) | 2010.10.25 |